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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리그넌트> - 공포 영화의 주인공이 여성이어야 하는 이유
    씨네리와인드 대학생 기자단 6기 2022. 9. 19. 17:38

    씨네리와인드 대학생 기자단 6기 네 번째 글입니다.


    <말리그넌트> 포스터

     

    제임스 완이라는 브랜드

    제임스 완이라는 이름이 공포, 호러 장르의브랜드가 되면서 그가 만드는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졌다. <말리그넌트> 개봉에 앞서 각종 홍보물에서 감독의 이름을 강조했던 것도 바로 그런 관객의 니즈를 의식했기 때문이리라. 제임스 완 감독이 만들어 놓은 컨저링/인시디어스 유니버스는 보통 어두운 극장에서의 짜릿한 체험, 점프 스퀘어, 불길한 집이나 물건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감독의 의외의 선택이었던 <아쿠아맨> 이후로 오랜만에 연출한 <말리그넌트>가 공포 영화였기 때문에 많은 관객, 그리고 제임스 완의 팬이 기대하며 극장을 찾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순의 7위를 기록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 <말리그넌트>는 관객의 기대를 무너트린 작품이 되었다. 7위로 시작된 영화의 순위는 쭉쭉 내려가 개봉 일주일만에 10위까지 내려가게 되었다. (출처 – KOFIC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사실 이러한 성적은 그리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말리그넌트><컨저링> 시리즈나 <인시디어스> 시리즈만큼 세련되고 극적인 공포를 일으키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관객들은 더는 허름한 집에 굳이 들어가 보는 주인공의 무모함을 눈감아주지 않는다. 그만큼 영화가 실제성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관객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말리그넌트>를 둘러싼 마니아들의 긍정적인 반응.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말리그넌트>를 무조건 실패한 영화로 몰아가기에 영화는 새로운 모습, 혹은 이색적인 이미지를 자주 보여준다. 이전의 시리즈처럼 원혼이나 유령과 같은 절대적이고 처리해야만 하는 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듯 하던 영화는 어느새 주인공의 내면과 신체로 초점을 옮긴다. 이는 <티탄>과 같이 바디 피어(Body Fear)를 다루기 시작하는 요즘의 호러 영화와, <크래쉬>, <비디오드롬>과 같이 기괴한 신체 변형을 그리는 고전 호러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흐름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하던 호러 영화의 세부 장르를 다시 스크린으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말리그넌트>는 고전 호러 영화 마니아들이 상당히 좋아할 만한 작품으로 생각된다.

     

    공포 영화 속 심리 묘사의 새로운 해석

    여기에 <말리그넌트>를 흥미롭게 바라볼 만한 관점을 하나 더하려 한다. 영화가 기괴한 신체 변형과 유혈이 낭자한 슬래셔 무비를 재현하고 있다고 해도, 작품의 내용은 심리적인 질환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 영화를 새로이 볼 수 있다. 호러는 섬세해야만 잘 만들 수 있는 장르다. 관객의 감각을 제대로 자극하고, 관객이 스크린에서 일어나는 일에 기민하게 반응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섬세하다는 것은 관객의 심리적인 면을 잘 건드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관객이 영화의 심리 묘사를 쉽게 따라가게 하기 위해서는 관객이 주인공의 심리에 이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주인공은 이야기를 진행하는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공포 영화의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주인공의 성별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호러영화의 주인공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에 관해 많은 사람이 여성이 주로 피해자인 현실을 반영해서’, ‘여성이 두려움과 공포 같은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을 남성적 시선으로 훑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설명하며 호러 영화의 남성 중심적 시선을 비판하지만, 여기서는 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정신 질환에 가까울 정도로 감정 기복을 보여주는 존재가 여성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이러한 믿음 역시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의 특성을 일반화한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여성의 정신 질환에 관한 흥미로운 해석을 진행할 수 있다.

     

    <말리그넌트> 속 정신 질환과 여성

    영화 속에서 주인공 매디슨의 문제는 또 다른 자아가 말 그대로 머릿속에존재한다는 것이다. 가브리엘이라는 존재는 매디슨의 표면적인 삶을, 그리고 본인의 의지에 따른 삶을 방해한다. 그렇기에 매디슨은 평상시에도 심리적으로 예민한 상태이고, 두통과 같은 신체적인 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심약한 매디슨에게 괴물가브리엘이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남편의 폭력적인 행동이라는 것 역시 흥미로운 지점이다. 여성 정신질환자가 통증과 심리적 고통을 계속 증명해야 하거나 고통을 호소해도 쉽게 인정되지 않는 현실, 트라우마를 통해 발생하거나 재발하는 증세와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이 정신 질환을 앓는 여성이고, 영화는 그가 경험하는 비현실적인 환각, 망상, 고통을 따라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한다면, <말리그넌트>의 결말과 작품 전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제임스 완의 새로운 공포 영화를 기대하고 갔던 많은 관객의 평가는 결말에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결말에서 다른 길로 새는 것 같다라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정신질환자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 집중하면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대안 가족에의 의지, 그들을 통한 치유, 자신을 버린 것으로 알았던 어머니와의 화해를 발견할 수 있다. 정신 질환의 큰 부분이 가족과의 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말에서 매디슨은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엄청난 진보를 한 것이다. 또한 가브리엘을 감옥에 가두는 장면과 다음번에 나올 때는 더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는 다짐은 정신 질환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것이 어려울지라도 꾸준한 관리를 통해서라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포 영화의 주인공이 여성이어야 하는 이유

    <말리그넌트>, 공포 영화, 그리고 여성에 대한 해석은 가능성에 근거한 해석이기 때문에 완벽하거나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어쩌면 과한 해석이라고 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2000년대와 2010년대에도 꾸준히 공포 영화가 여성 관객들에게 더 선호되었다는 통계 자료가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조금 더 재미있게 이 해석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호러 영화의 여성적 장르라는 특성은 좀 제외. 영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영화가 정신질환, 특히 히스테리나 트라우마를 담는 과정이 의외로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 가능하고, 기존의 정신질환을 특별한 것으로, 타인과 다른 것으로 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 가족의 화합으로 잇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 감독의 행보가 기대됨.

     

    히스테리와 여성. 히스테리는 여성적 정신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인지 플라톤인지 자궁에서 비롯된 정신질환이라고 하기도 했고, 융은 히스테리가 공백을 보는 것이라며 어쩌구.. 암튼 여성적 정신질환임. 호러 영화, 최소한 말리그넌트 속 주인공의 증세 역시 증명할 수 없는 증상 (살인 장면의 목격이라든지 등등) 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히스테리를 겪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여성의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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