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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퀄스 : 헤테로 로맨스가 보여주는 퀴어의 조각들
    영화와 글 2022. 5. 24. 00:21

    영화 <이퀄스> 스틸컷

    <이퀄스>를 보면서 은근히 Minority의 입장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주인공은 백인이고, 영화는 시스젠더 남성과 여성의 사랑을 보여주는데도 감출 수 없는 퀴어함이 있다. 최소한 퀴어의 입장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왜 처음에 '퀴어'라고 하지 않고 굳이 '소수자'의 입장을 보여준다고 했냐면, 목숨을 감수하고 살던 고장을 떠나는 사일러스와 니아의 모습에서 난민의 모습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리뷰에서는 성소수자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과 질병 분류의 역사

     

    2022년 5월 23일 기준 한국 포털 사이트 '동성애' 키워드 자동완성 검색어

    감정이 질병이 된다. 아니 감정이 당연한 거 아냐? 근데 질병이란다.

    질병으로 치부되는 동성애의 역사 하면 역시 IDAHOBIT이 있다. WHO가 1990년도 5월 17일에 동성애를 질병 분류에서 삭제한 날을 기념한 것이다.

     

    감정 통제 불능 상태를 SOS라는 질병으로 명명하고, 그것이 전염될까봐 기피하는 세계관 속 사람들을 보면 자연스레 HIV와 에이즈가 생각나게 된다.

    영화 <감염된 여자들> 스틸컷. 다큐멘터리에서는 HIV 보균 상태로 임신했으나 의학적 도움으로 태아에게 HIV 감염이 이루어지지 않은 케이스도 나온다.

    깨알 상식.

    HIV Positive가 되면 바로 에이즈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HIV보균자인 상태에서 면역력이 저하되면 에이즈라는 병으로 나아가는 단계이고, 요즘은 HIV 감염을 미리 막기 위한 예방약 (마치 피임약처럼 정기적으로 복용), 치료제 등의 개발로 인해 기저 질환 정도로 조절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물론 전염성은 있어서 평생 주의해야함) 그렇지만 성소수자와 에이즈의 연관성에 관한 편견은 여전히 남아있다.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아는 사람이 없어 무조건 접촉을 피하고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모습에서 퀴어니스를 발견했다.

     

    에이즈에 대한 광적인 공포와 남성 동성애자, 트랜스 여성 차별에 관한 80-90년대 미국의 분위기를 확인하고싶다면 <포즈> 시리즈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FX 시리즈 <포즈> 스틸컷. 이 모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 후반부로 갈수록 대사와 주제가 '함께 배우는 성소수 상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정말 수작이다.

    신체접촉과 배덕감

    두 주인공이 감정과 욕구를 통제하지 못해 주변의 시선과 감시를 두려워하면서도 스킨십 하는 장면을 '가장 퀴어스러운 장면 no.1'으로 꼽고싶다.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본능에 따라 스킨십 하고 각종 사회적 낙인과 통제 속에서 갈등하며 알아가는 커플~ 뭐 근데 이건 아담과 이브 같기두 하다. 금기된 사랑~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A Secret Love>. 다큐에서는 조카가 할머니 커플의 사진을 보며 '침대에서 찍은 사진이 많네요?'라고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태리와 팻>이라는 넷플릭스 다큐를 보면, 65년 동안 친구 사이로 위장하며 거의 평생을 함께 살아온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다큐 후기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발신인을 숨기기 위해 귀퉁이를 모조리 찢어버린 편지지에 슬픔을 느끼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모래바람이 불어 아무도 자신들을 볼 수 없을 때 숨어 키스를 했다는 일화를 웃으며 이야기하는 커플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안전하고 둘만 있는 집이나 숙소가 아니라 누군가 있을지도 모르는 바깥에서는 스킨십을 할 수 없는 연인들. 그렇지만 서로가 너무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모든 위험을 뒤로 내팽개쳐버린 채 서로를 쓰다듬고 키스하는 모험.

     

    어라 이거 <이퀄스> 내용 아닌가¿


     

    추가적으로 클스튜.

     

    헤테로 로맨스라고는 해도 클스튜, 니콜라스의 스타일링 때문에 굉장히 퀴어 느낌을 준다.~ 이건 진짜 개 억지여서 할 말은 없다 ㅋㅋㅋ 하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미 여성인 약혼자가 있고, 꽤 오래 전부터 여성 퀴어 유명인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 버렸다. 비록 본인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찍고, 주연 배우랑 연애도 했던 양성애자이지만서도. 암튼 ~

     

    이건 <아일랜드>의 이미지를 보면 좀 이해가 쉬울 수도 있겠다. <아일랜드>도 '통제구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디스토피아 수작 중 하나다.

    <아일랜드>의 두 주인공

     

    아~, 참 내 취향에 맞는 얼굴들이다. 딱 할리우드식 영화에 나오는 완벽한 커플의 냄새가 폴폴 나지 않는가? 완벽한 얼굴을 한 건장한 남자와 몸매 좋고 미친듯이 예쁜 여자.

    반면에 <이퀄스>에서는

    <이퀄스>의 주인공들. 도대체가 미국 영화 특유의 그 섹슈얼한 텐션이 보이지 않는다.

    암튼 그렇다. 이 두 사람에게서는 뭔가 할리우드 남자 여자 커플의 느낌이 나질 않고 뭔가 '별종'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현아와 던, 로켓단처럼. 왜 하필 현아&던이랑 로이&로사냐고?

    이런 완벽한 크로스 드레싱.

     

    난 그냥 현아랑 던 사진은 보면 볼수록 웃긴 것 같어... 두 사람의 사랑을 영원히 응원합니다

    형식이 SF영화이고 로맨스여서 그런지 퀴어 해석은 없는 것 같아서... 이건 나중에 퀴어 영화제 평론이나 그런 거 모집하면 더 다듬어서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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